나들이

아 ! 한라산

할미 아녜스 2007. 4. 29. 00:42
      2007년 4월 25~27일 역사적인 날이다 등산을... 그냥 나들이도 아니고 여행도 아닌 등반을 그것도 동네 앞산도 아니고 천하의 명산 한라산으로.... 맞는 표현잉가 모르겠다 만 어쨋든동... 25일 부산항 여객 터미널에서 오후 7시쯤에 출발한 제주행 여객선 설봉호는 다음 날 아침 6시 쯤에 제주 부두에 도착했다. 지난 밤에 배 안에서의 선상 미사 집전하시는 신부님도 참례하는 신자도 선상에서 그것도 식당옆 작은 방에서 예수님을 내 안으로 모시는 극적인 순간에 흥분되어 손에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미사 후 저녁기도를 마치고 일렁이는 파도위에 몸을 뉘었는데... 잠은 어디로 갔는지? 제주항에 도착. 환갑! 무단시리 나이를 먹었다는 행세를 하고 싶다. 그래서 응한것이 환갑 기념으로 한라산을 보자는 것이었다. 생일과 부활절과 맞물려서 미역국도 끓이질 못했다. 어차피 내 손으로 끓여서 자축 해야할 팔자이니....ㅎㅎ 생일을 하든 안하든 울 엄니 보다 오래 살아서 회갑년을 맞았으니 이 또한 은총이지... 낳으시고 길으신 나의 부모님 영전에 감사의 카네숀이라도 올리리라~~금년 어버이날은, 아침은 해장국으로... 7시 30분 쯤 해서 "성판악" 한라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 물과 점심 도시락을 받고 역사적인 이 날을 기억하리라 폼 함잡고 찰칵하는 사이 일진은 벌~써 출발하고 ...바쁘다 바뻐! 참, 겁없이 덤빈 여행길, 아니 환갑 이벤트! 척추는 두 군데의 질병을 10년 넘게 갖고 있지 무릎간절을 앓은지는 6~7년 제대로 치료하지않고 버티는 중, 동네 산도 아닌 물건너 바다건너 한라산을...츠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머리를 쇠망치로 맞았나? 그렇지 않고서는 이 번 여행의 결정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죽을 때가 되면 사람 마음이 변하여 안하는짓을 한다더니만... 일행의 후미에 붙었다.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길을 무작정 길에다 눈을 꼿고 발걸음만 옮길 뿐이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무작정 걸어야 하는것인가? 왜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지 그걸 나는 모른다. 그러나 궁금하지는 않다. 관심 밖이니까? 이런 무관심인 자가 산을 찾았으니....ㅉㅉㅉ.. 땅만 보고 얼마를 걸었을까? 시원스레 쭉쭉뻗은 삼나무 숲이다. 마음까지 시원해 오는 청량감과 향긋한 숲의 향기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지금까지 마음속의 일렁임이 사르르 가라앉는다. 졸졸 물 흐르는 소리다 이곳이 사라악 약수터란 말인가? 시원하게 목을 추기고...어째 물 맛이 특별한것 같다... 달디달게 느껴지는건! 산과의 합일이 이루어지나 보다 제주 조릿대가 무성하게 펼쳐진다. 햇볕이 따갑다. 흐르는 땀 때문에 눈도 따갑다. 그래고 걸음은 내 페이스를 찾았다. 성큼성큼 아직은 힘든다는 느낌은 없다. 어쩌면 정상까지 갈 수도 있을것 같은데? 약수터? 아니면 샘터라 해야하나? 그냥 지나치면 섭섭할것 같아 물 한모금 한 입 가득 베어 물었다 목이 시원하다. 이곳이 한라산 마지막 약수터란것을 안것은 산을 하산하고 난 후에다... 참, 무식이 용갑했제! 외로운 길이다. 앞서간 일진은 보이지 않고 후진은 어디쯤에 오고 있는지? 나보다 못 걷는 사람이 있나보다. 구상 나무가 보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구상나무, 죽어서도 살아있는 나무가 아닐까? 나도 죽은 후에 사람의 기억속에 남아있다면 아마 이 세상을 이긴 성공한 사람으로 등록 되겠제! 심심한데 그런 꿈이라도 꿔봐~~~^^* 가파른 길이다. 숨 고르기가 힘들다. 서두러지도 말고 덤벙대지도 말아야지 하고 혼자 소리로 뇌까려 본다. 어떻게 온 길인데 덤벙댈 수가 있는가? ㅎㅎㅎ...웃자 ...지금 부터는 나 자신과의 전쟁이다. 진달래밭 대피소가 가까운가 보다 저~~멀리 보이는것이 정상이 아닐까? 앞이 캄캄한 터널을 통과 하고 확 터인 능선에 오른것 같다. 작은 꽃봉오리...언제 쯤 터질까! 자연에 사계(四界)가 있는 것 처럼 인생사 살아가는 데에도 계절이 있지 않는가! 봉오리 맺어 설래든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 되어 버렸고 한 잎 낙옆 되어 땅에 딩굴날만 기다리는 계절의 문턱에 와 있질 않는가! 폼 함 잡아 봤다...ㅎㅎㅎ 여기까지 약 두어시간 넘게 걸린것 같은디... 엉뎅이 붙이면 움직이기 힘들것 같아 그냥 내 달리기로 했다. 목적지를 향해서....발자국을 옮긴다 아직은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만 할수 있다라고 내 작은 뇌에다 세뇌를 시키고 있다. 진달래 밭 대피소를 뒤로 하고 또 걷는다 걷기위해 나선 길이니까! 인생사 걷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것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사람들이 차츰 줄어든다. 내가 뒷쳐진 겐지 그들이 축지법을 써서 하늘로 날라갔는지! 해발 1500고지다. 무릎에서 빠드득 빠드득 소리가 난다... 기름칠이라도 해야 할까부다.ㅎㅎ...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 걷다가 서고 걷다가 서고를 반복한다 주변은 점점 조용해 지고 어깨를 부딪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다냐? 누워 있는 나무 앞에 섰다 하도 아름답게 보여서..... 어떤이들이 지나가며 하는 말 "야! 할매 대단하다" 휘 둘러 보니 이곳엔 나 밖에 없는데 그라모 내가 그들의 할매, 눈도 멀었제! 흰 머리만 보고 할매라 그라모 듣는 할매 섭하제..흥~ 벌거벗고 누워있는 나무의 신세가 꼭 내 신세와 같아서 그래도 나무는 뿌리까지 내어 놓고도 아름다운 자태, 아니 섹쉬한 포즈~~~푸 하하 내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그래도 이 구상나무는 가지라도 달고 있제 이 할미는 가지 꺾힌지 오래이니... 가지 대신 마음의 날개를 달고 댕긴다. 후후~~ 해발 1800고지에 이 아짐씨 다리 풀렸나봐 표지석에다 절을 하는군, 미안하지만 찰칵! 1800고지에서 나도 잠시 멈춰섰다. 정상을 오르는 계단, 목적지에 도달한 기분... 마음이 바빠지는것은 웬 일일꼬! 마음은 바쁜데 걸음이 옮겨지지 않는구나! 아 ! 이제 나는 죽었다. 나에게는 마(魔)의 계단! 올라 온 돌 계단보다 더 힘든 곳이 이 나무 계단일 줄이야 다리는 천근이요 바람이 뺨을 후려갈기니 머리가 띵~~해오고 ...고소공포증인가? 속울렁거림이... 어지러워 멈춰섰다. 더 이상 못가겠다면....ㅎㅎㅎ 내려가야만 하는가?~~~ 아이고 하느님! 이 늙은이 제주도 꺼정 와서 남사시럽게시리... 올라가긴엔 너무 먼 당신, 내려 가긴엔 여기까지의 온 수고가 몽땅 황으로.... 지금부터 올라가는것은 내 의지이다. 내모든 정신을 이 산에다 몰입하자 이곳에 온 목적 의식을 갖자 그리고 구도의 길을 걷는자 처럼, 내 뇌리에 있는 잡다한 것들을 버리자. 오로지 오르기 위한 목적밖에는 뇌리속에 남겨두지 말자. 해발 1900미터. 다리가 무겁다. 그런데도 마음이 가볍디 가벼운건 왠 조화다냐!..ㅎㅎ 하늘이 지붕이구나 이 고지대의 생명력을 본다 살기 위해 땅으로 드러누운 나무들. 새파란 잎사이로 꽃을 피우겠지! 한라산 정상 안내소 정상이 눈앞이다. 저 많은 사람들이 뭐땜에 왔을꼬? 이 곳은 먹을것이 있는것도 아니요 힘들게 올라 왔다고 상을 주는것도 아닌데.... 이 많은 사람들은 1950고지, "백록담"에 갇힌 코발트 빛 물을 보러 그 험한 길을 숨을 헉헉 몰아쉬며 올라왔을까! 일단 왔으니 도시락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잠시나마 등산화를 벗고 편안한 자세로... 저~어기 보이는 능선 꼭대기가 1950고지! 왔노라! 보았노라! 느꼈노라! 백록담의 물! 좀채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신비로운 곳, 그 위용을 자랑하던 한라산 백록담도 용기있는 자에게 그 신비를 벗어 보여 주는구나! 거의 말라 바닥을 드러 낸 백록담, 한편으로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론 1950고지에 물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경의 롭게 느껴지기도 하다. 모래 바닥이 사막을 방불케 하니 환호 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타 들어가는듯한 바닥, 고인물을 버리지 않겠다고 움켜쥐고 있는 형상이 나의 모습이 아닌지! 나의 내면을 보는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무쇠 팔, 무쇠다리...약 1200고지를 올라 왔응께! 아무 생각없이 내 볕은 말 때문에 내 다리가 내 어깨가 고생을 했다. 3일동안 년피정, 23일은 종신자 피정, 24일 음성에 있는 감곡성당, 죽산 이진터를 다녀왔다. 몸은 이미 절여 논 파김치가 됐고, 동네 산에도 안 올라가는 내가 이 거구를 끌고 이 곳을 왔다는것은 노망을 했거나 애들 문자로 미친짓이었다. 머리가 나쁘면 팔 다리가 고생을 하는 이치를 왜 몰랐을까! 어쨋든동 올라왔고 이제는 내려가야한다 백록담의 정기를 받고 삶의 현장으로... 내일은 도착 하자마자 출소자들을 대상으로 한시간의 강의가 있다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 줄까!..... 점심을 먹고 하산(下山)길은 관음사 쪽으로 향했다. 하얗게 바람의 방향으로 선 구상나무. 삼각봉인가? 뒤는 아주 가파른 곳이다. 이 코스는 아주 난 코스다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이 있는가 하면 돌계단의 보폭이 너무 넓어 다리 짧은 사람들은 네발로 기는 도리 밖에 없었다. 용진각 대피소이다. 생수 병 나팔을 부시는 신부님... 이곳에서는 물이 바로 생명수이다. 하산길인 관음사 쪽 길에는 약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인심좋은 사람도 물 동냥은 할 수 없었다. 물병도 이제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우리 모두는 육신도 정신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벌걸음이 무겁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도 감탄할 힘이 없다. 말수가 적어지면서 침묵의 행진이 진행된다. 멀리 보이는 왕관 바위의 웅장한 모습에도 사람들은 묵묵부답이다. 참 지루한 길이다. 눈 겉풀이 무겁다. 조릿대만 바라보고 벌써 몇시간을 걷고 있나! 내리막 길이라 빨리 걸을수도 없지 발 뒷꿈치가 뒤로 땡기니 앞으로 나가는것이 아니라 뒤에서 누가 발목을 꽉 잡고 놓지 않는 느낌이다. 아 ! 이제 기운도 쇠잔해 오고 장판지도 땡기고 잠도 쏟아진다. 이제 다 이루었다 가 아니고....다 왔다. 관음사 휴게소가 보일것만 같다. 60평생 머리털 나고 이 만큼 많이 걸어 보기도 처음이요 이렇게 지루한 길도 처음이다. 그래도 백록담의 위용앞에 무릎끓지 않고 한라산을 완주 했다는 내 의지에, 내 건강에, 박수를 ...ㅉ,ㅉ,짝~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설봉호에 승선했다. 오늘밤 파도위에서 자고 나면 내일 아침 부산항에 도착이다. 출소자들에게 내가 오늘 겪었던 등반의 여정에서 부딪히는 것들, 힘겨운 고갯마루, 자갈 길, 돌 계단, 목적을 향한 의지 등을 정리해야겠다. 이 산행길은 곁길이 없었다. 있었지만 준비된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조난당할 위험은 없었다. 과연 나의 생활에서의 준비? 철든지 오래 됐네 /임희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