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버스를 놓치고

할미 아녜스 2007. 11. 12. 23:52


아침 바람이 꽤 차갑다
이른 아침 시간에 부산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보도 불럭위에 소복히 쌓인 낙엽을 밟아 봤다 
발밑에 밟히는 사각거리는 소리
나이도 잊고 낙엽의 부서지는 소리에 심취해 있었는지?
버스가 내 앞을 휙~~지나가는데...
어어....소리 뿐...
버스는 가버리고 
낙엽딩구는 행길에 덩거러니 서 있으려니
에궁!
요라고 놀다 버스 노친 내 꼬라지 본 사람이나 없었는지??
부끄러운지고!
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 조마거리는 마음 
내가 미쳤제! 를 연발했봤지만 
알싸한 바람만 옷속을 파고들 뿐,
매사에 신중하지 못하고 덤벙대는 꼬락서니...
"신중함을 주소서" 라고 기도한다. 

11월 월모임, 
지도 신부님의 강의는 
가르멜은 성소(聖召)이다 
성소(聖召)는 내가 하느님께 받은 것이다 라고 하셨다.
하느님은 지속적으로 나를 부르시고 계시는데... 
과연 나는 이 부르심에 충실하게 응답하고 있는지?
하느님의 현존을 찾는데 이렇게 게을러서야 
우찌 하느님 얼굴을 뵈올 수 있단 말인가?
신부님의 말씀인즉, 
하느님의 관계안에서 변화를 체험한다 하셨는데...
하느님의 현존체험없이 변화란 없다는 말씀,
하느님을 만나는 길은 바로 기도이다. 
나는 게으름뱅이라 아직 하느님을 뵈옵지 못했구나...
나태에서 나를 구하소서!
대 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인간은 자신의 수용되는 양식에 의해 수용된다"
인간의 본성자체는 변화지 않으나 
하느님을 만남으로 성숙되고 그 분의 모습으로 추구하고 
또 추구하는 모습으로 변화된다 라고 하셨는데...
에궁! 에러바라~~~
하느님의 모습을 추구하고 그 모습에 젖어 있으면 
그 분의 모습으로 변화한다면...
나의 열성이 부족했다는 말씀...ㅎㅎㅎ
주여! 나에게 당신을 열렬히 사랑할 힘을 주소서!
성녀 예수의 데례사는  
"영성생활의 출발점은 자기자신을 아는 것"이라 했다. 
내 꼬라지를 모르면 내 자신에게 종속되고 노예가 되는 것이다.
내 모습을 알려면 기도를 하라. 
기도 생활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랬었다
기도와 담을 쌓았으니...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인색하였으며 
나의 모습을 모르니 나를 기만하고 용졸하였으며 
교만하여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 있었구나!
나자신을 볼 수 있게 비추임을 주소서!
"내 안에 사시는 내 님에게
목숨아 무엇을 내 드리겠나
살뜰히 그 님을 뫼시리니
너를 버려야 하겠구나
님 두고 내 사랑도 없으니
차라리 죽어서 뵙고지고
어찌 못 죽어 죽겠음을"
-성녀 예수의 데례사 지음-
성녀 대 데레사의 싯기가 오늘은 내 심장에 꼿히는 듯 하다
07. 11. 12. 할미의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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