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식탐이 부른 화(禍)

할미 아녜스 2007. 12. 6. 00:19

토사곽란(吐瀉癨亂)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호되게 혼날 때,

내가 얼마나 미련한 사람인가 새삼 깨닫게 된다

 

나의 지나친 식(食)습관이 재앙을 불러왔다.
새벽이었다 밤새 미슥거리든 뱃속의 내용물을 쏟았다
아! 살것만 같다.


나의 밥통(胃)은 매년 년례 행사처럼 이런 난리를 부린다
금년엔 잘 넘기려나 했더니 식탐이 화를 불러왔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 회장단이 선임되고 교육부에도
변동이 생겼다
세 사람이 교체되어야만 했다
인수인계전 마지막 교육부 모임이 있어 아침부터 서둘러 부산으로~~
피로가 쌓여있는 내 몸 상태는 신고 있는 구두 무게도 무겁게 느낄 정도다.


버스에 앉아서도 그냥 비몽사몽이다.

교육부를 떠나 홀가분 회원으로 돌아가는 자유인들을 위해
또 교육부에 눌러 머리 쌓메야할 남은 자들의 위로겸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은 자동차로 이동을 해서 남천동에 있는 일식집으로 정했다
집은 크지 않지만 괘나 유명한 집이라는 입소문이다

 

여러 음식들이 풀코스로 나오는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정말 열심히 먹었을 뿐인데

집에 돌아와서는 계속 물 이 땡긴다.
짜게 먹었나 하는 생각으로 속에서 원하는 대로
꽤 많은 양의 물을 들어 부었다.

 

밥통(胃)에서 전쟁을 하는지 팥죽을 끓이는지 부글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더니 사지가 꼬이는 것 처럼 아프기 시작이다
어메! 급체인가?...식중독?...


살기위해서는 쏟아야 내야 되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배를 움켜잡고 진땀을 빼보지만 힘만 빠지고 고통만 더 할 뿐,

새벽녁에야 겨우 쏟어 내고 나니 살것만 같은거...


밤새 안녕이라더니 ...하늘빛이 노오랗다...

거울속에 내 모습은 눈은 쾡하고 얼굴은 거므스름하고

머리는 수세미 뭉쳐논 모습, 삶에 지친 노파가 거울속에 있다 

입속으론 아무것도 넣을수가 없는데...


낮엔 구치소에 가서 출소자들에게 일자 연설은 해야 하는데
머리는 멍~~하지... 위에서는 컥컥 소리를 내지...
화장실은 들락거려야지...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다

 

그래서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렸다
말을 적게 하는 방법으로 검사지 하나를 준비해 갔는데
외려 말은 더 많이 했다 질문까지 동반하니까

어쨌던 잘 마쳤다...그들에겐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할낀데 잠들기가 무섭다.

아플까봐~~

뱃속에선 아직도 팥죽을 쑤어대고 계속 내리 쏟고 있는 중인데

한 밤중에 주님께서 불러 가시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여라도...

이번 달 말까지만 말미를 좀 주십사고 매달려 봐야지! 

 

07. 12. 5. 할미의 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