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가 파도 처럼 일렁거린다.
7시에 울산을 출발한 버스는 2시간 반을 달려
이곳은 사천시 사남면, 용현면 일대의 들녁,
온통 청보리밭이다.
차창밖으로 흐르는 청녹색 물결,
청보리의 일렁거림은 넓은 들판이
새~ 파란 강물이 된것 같다.
10시 쯤에 이곳 삼천포항에 도착했는데....
우리들을 태워다 줄 배는 11시에 출발한단다.
비릿한 갯내음이 내 내장을 온통 뒤집어 놓는다
흐미..이늠의 배 언제 오냐!
선착장을 빨리 떠나고픈 마음 뿐이다.
어젯밤에 잠깐 내린 비는 아침 일찍 청소를 한 것처럼 맑은 하늘이다
오늘의 산행 할 장소는 통영에 소재한 "사량도"
잘은 모르지만 산꾼 들에겐 꽤나 이름이 난 명소인것 같다
11시에 출발하는 사량도 행 여객선
이곳 삼천포항에서 사량도까지 약 40분 소요된다
남해안의 바다는 여자같다고들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나...어쨋든동 그렇다니까 그런것 같기도하다
큰 파도가 일지 않는것 같은 조용함 때문이 아닐까!
아님말고....
아기자기한 작은 섬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것 같은 느낌도 있고
손을 뻗어 바닷물을 한 웅쿰 잡을 수 있다면...
내 손이 온통 비취색으로 변하지 않을까!
요즘의 내 행동은 바람난 여자다...
본질적인 내 삶의 형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바람이제!
늙으막에 난 바람을 잡을수도 없다는 말이 있든데...
바람난 여자 물 불을 가리능거 봤남...
현재의 나의 처지는 등산이나 댕길 시간적 여유가 없다.
나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눈들이 나를 지달리고 있는디
정당히 해야할 소임은 뒷전에 미뤄두고
바람난 들고양이 맨치로 이게 뭔 짓거린지!
내 마음이 청보리 처럼 일렁이고 있으니...
오늘 아침엔 7시에 출발이었다.
오늘따라 늦게 출근한다는 능감에게 새벽에 밥을 먹게 맹글어
쫓아 내다시피 등을 떠밀어 보내고는 불이나케 섹을 들고 뛰었다
내딴엔 열심히 뛰어도 넘들 빠른 걸음보다 못하는데
왜 뛰었는지! 숨만 할딱거리니.....츠암
버스에 앉는 순간 햐! 이게 바람난 증상잉가베...
삼천포를 출발한 여객선은 12시가 가까워서
돈지항 선착장에 도착했다.
서둘러 산행 준비를 완료하고 등산로 입구로 향했다.
등산로 입구에 여러 산악회 리본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이 오색찬란하다
꼭 이렇게 흔적들을 남겨야 되는 것인지...
허기사 이런것들을 보고 이곳이 등산로 입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을....
울산 늘 푸른 산악회라고 큼직막하게 써 갖고 올걸...ㅎㅎㅎ
산행의 출발은 느릿느릿 거북이 경주다
산행 대장님의 훈시는 산행을 하면서도 계속된다
산행 초입부터 서둘러 빠른걸음은 심장에 무리를 준다고
그래서 심장이 힘들면 심장도 다리에게 욕을 한다고...
후진이 다 올라 올 때까지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토끼 비스무리한 동물(마시멜로)가 서서 망을 보는 모습들 아닌가?
내지항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전경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
오늘 하루는 이곳의 향기속에 머물것이다.
죽도 섬이 보인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고 한다누마...
산 중턱을 가르는 아름다운 해안도로...
굳이 산행을 안하더라도 사량도는 한번쯤 찾아 봄직한 섬인것 같다.
이곳으로 오는 여객선엔 자동차도 함께 승선하더라..
승용차로 해안도로, 쪽빛 바다, 운치있는 여행이 될것 같다.
아름다운 포구를 내려다 보믄서 싸온 도시락으로
육신을 배를 채웠다.
에구머니나!
이 무슨 곡예란 말인가?
겨우 올라선 곳은 시루떡을 채곡채곡 쌓아 논것 같은 바위길이다.
나이 탓인지 고소공포 때문인지 허리를 펼수 없었는데
큰 맘 먹고 가슴함 폈더니 흐~미 세상이 온통 파랐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이 할미의 가슴도 파랗다.
가슴속이 확 뚫린 기분...
이런 맛으로 위험천만한 산행을 하나보다
미끄러질듯...아슬아슬한 바위길 구비를 돌아
정상인 지리산으로 향한다.
지리산을 향한 오름길이다.
일행들의 다리가 점점 무거워 오나보다...
무심하게 내려 쬐는 햇빛이 야속하다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가 없어서...
에고 무거워!
그렇다고 다리를 머리에 이고 갈 수도 없고....
돈지항의 모습잉가?
지리산 397m
이 산이 지리산을 닮았고
산 이름을 작은 지리산이라 불렀다나 어쨋다나...
에구, 참으슈!
아자씨 거기서 그냥 내려 가시면 내일부터 못 볼틴디
바라 보이는 섬이 아랫섬인갑다.
이 부부 조정위원회 가실라나
우리 교수님 "배신자여" 하고 노래 불러쌓더니
살아온 세월이 아깝잖우...ㅎㅎㅎ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참말로 존경스럽다.
오늘은 부부팀이 많이 참여하였다...
짝지 없이 혼자 온 몸들의 서러움이여!
언제 짝과 함께 베낭을 맬 날이 올런지?
칼 날 같이 선 바위에 섰는가 싶으면
또 다시 내려가는 험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휴! 뭐달라고 와 같고 이 고생을 한담...
힘이 들면 혼자 자책하기도 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지요...아자씨 힘냅시다.
산행은 고독한 구도의 길이다
오금저려 제대로 서서 걸을 수가 없었던 곳이다.
작두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할까
눈을 아래로 두면 바로 발 아래에는
통영바다의 시퍼런 물결이 넘실거리고
하늘은 낮아 내 정수리에 와 닿아 있었지
가슴속은 서늘하고 머리는 어찔거리는 것이 ...어휴!
직립보행을 하던 사람인 내가 네 발로 기는 살찐 한 마리의
돼지(빠큐사)가 되어 있었으니...에궁
얼마를 네 발로 살금살금 기다가 일어서 보니
흐미! 엉금엉금 기던 내 몰골은 엄살이었네
멀쩡이 걸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ㅋㅋㅋ
울 순사 아자씨 기념으로 폼 잡았다
달 바위산이다 저 쪽에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이 보인다.
달바위산에서의 기념으로 찰칵,
대항 선착장
유격 훈련이다.
가끔 TV에서 초년병들의 훈련모습을 보믄서 요령이 없다고
핀잔을 준적이 있었는데...
실전에 임하니까 요령은 머리로 되는것이 아니었다.
내 몸은 바람결에 나풀거리는 억새풀이 아니었다
가마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마음은 19세인데 육체는 ...ㅊㅊㅊ
가마봉에서 내려오는 철계단이다
얼마나 가파른지 눈앞이 아찔거렸다.
산행을 하면서 느낀점인데 ...
등산과 기도의 유사점이라고 해두자
신앙인의 믿음의 표현은 기도가 아닐까!
기도로써 있는자 그분의 현존을 체험한다
등산, 목적지를 향해 오른다
내 표현대로 죽을동 살동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오로지 나 자신과의 고독한 투쟁의 결과가
정상에 오르는 것일게다.
기도
인내와 고독 없이는 내가 믿는 그 분을 만날 수 없다.
등산이 힘들다고 도중하차 하고 나면 정상은 보지 못하는 것처럼
기도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닐까?
산에 오르면서 자만심에 가득차 산을 우섭게 본다면
산이 사람을 내친다...
산행 사고는 산에 대한 예우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기도,
교만에 가득차 있으면 하느님은 나를 보시지 않는다
산행은 고독한 구도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찾은 이곳 사량도,
나에게 구도의 길에 대한 깨우침을 주었다
나진신을 알게도 해준다.
지나친 용기는 자만심이라고 쐐기를 박는구먼...
두번째 맞는 철계단을 내려오면 곧 바로 가파른 바위 뿐,
로프를 타지 않으면 내려갈 수가 없었다.
발 바닥에 힘을 주고 로프 줄에
내 생명을 담보로 했더니 지금도 팔이 뻐근하다
옥녀봉에서 내려오는 로프계단...
옥녀봉...
흐미 고 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옥녀봉을 뒤로 하고 돌아 나오는 길엔
깎아 지런듯한 절벽으로 돌아 오는 길이 있는데
철 구조물이 있어 그것을 잡고 바위를 타고 오는길이 더 무서웠다
바로 바닷물이 넘실거리며 나를 삼킬듯이 노려보는것 같아서...
그 날 밤 꿈속에서 까지 그 길이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해 주었으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끼여!
이 섬의 마지막 유격 훈련...
꽤 깊은 계곡이라 로프를 잡고 발이 바위에 채 닿기전에
로프줄이 내 손에서 스르르 미끄러 진다
기술 부족잉가?
엄마야!
없는 엄마는 왜 찾는지...
이 담에 또 올일이 있을 땐
숙달된 조교에게 빡세게 훈련을 받고 오든지 해야지
한참을 내려와서야 발이 땅에 닿았다.
어휴! 살았다 하는 안도의 한숨이...
마지막 철계단...
옥녀봉이여 안녕....이 계단을 밟으면서 발걸음 가볍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이 거구를 가볍게 해 주었기 때문에...
사량도,
이름만 불러도 어질어질하다.
칼날 같이 세워진 바위위에서 후들거리고
꼬인 다리가 풀릴 만 하면 로프를 타야했고
로프를 잡고 공중곡예를 한참하고 어찔거리던 몸둥이
겨우 가누면 또 시퍼런 철계단이 사람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사진 찍는다고 어정데고, 체력의 한계로
맨 꼴찌가 된 나를 끝까지 보호해 준 고마운 아자씨...
칼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바위 위를 걸을 때도
내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히말리야 등반을 몇 차례 다녀오신 양반도 이 옥녀봉의
철계단은 힘이 드셨나?
금평리 선착장
금평리 마을로 하산길...
아직도 유채꽃이 한들거린다.
산행 시간 5시간 정도가 소요 된것 같다.
나 때문에 늦어진건 아닐지?
사량도의 활어로 무사고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이곳 금평항에서 돈지항 까지는 차량으로 20여분 소요된다.
사량도야 잘있어라...손을 흔들며
6시 10분에 돈지항을 출발하는 배에 올랐다
돌아오는 여객선 갑판에서 제일 인물이 충출한 아짐씨만 뽑았는디...
삼천포항에서 7시 쯤 버스에 올라 집에 안착했을 때는
10시 반을 넘긴 시간이었다
눈앞에 가물거리는것은 옥녀봉을 돌아 나올 때의 그
아슬한 바위산이 눈에 아른거린다.
내 몸이 시퍼런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으로
잠을 설칠 정도였으니...
에구 무서버!
이 나이에 사량도를 종주 했다는 뿌듯한 성취감이
나를 자아 도취에 빠지게 하지는 않을지 심히 걱정이 되긴하다.
사량도에 함께 했던 님들 수고 하셨구요...
배려해준 모든 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