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 아녜스
2009. 3. 12. 22:46
사순시기가 시작되던 재의 수요일
우리 성당 보좌 신부님 강론의 요지는
우짜든동 이번 사순시기를 조지삐리지(망치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셨는데...
신부님의 당부를 듣고는 바로 한쪽귓가로 우르르 쏟아내고
말았뿟으니...
미사를 마치고 마음을 다잡아 묵고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성체앞에 앉아 멍~ 하니 예수님만 바라보믄서
금년엔 꼭,
긴 순교의 시간을 마치면
짠~~ 하고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리라
'믿어주이소!'
...
왜! 매번 사순시기만 되면
멋진 프로그램을 짜놓긴 하는데
2주일만 지나면 말짱 도루묵으로 맹글고 마는지?
바로 그 날, 성전계단을 내려오는 그 찰나에
반가운 얼굴이 나를 지달리고 있었다.
"형님 커피는 괜찮죠?"
에구머니!
손사래를 치긴 너무 늦었뿟다
이미 커피잔은 내 코앞에 와 당도했으니
커피야 반갑다하는 심정으로 덥석 받아진 커피잔
궁뎅이는 이미 난로 앞 의자에 닿았다
아! 달콤한 이 유혹...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세상에나 그 30분에 발목이 잡히다니....
멋적게 한마디 던진게...
"이미 내 나이가 단식은 관면 됐뿌서 괜찮다" 라고
관면은 요럴 때 우찌 이리도 잘 찾아쓰는지!
흐미! 미치고 팔짝뛰고 싶픈거~~
십사처를 돌면서 금년 사순시기는 조지삐지 말자고
열심히 사는 흉내라도 내보자고
7궁방까지야 어림택도 없겠지만
제발 머문 궁방에서라도 뒷걸음치지 말아야 겠다고...
그렇게 조지삔 사순이 3주간이 지난다
그나마 2주간은 꽤나 바쁜척,
열심히 하는 척,
척이라도 했는데...
4월 년피정까지 느긋하다
3월부로 하반기 모든 양성교육은 마무리가 되었다.
5월 부터 새로운 양성자와의 영적싸움이 시작되기전 까지는 자유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홀가분한 기분인지 글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자유라는게 이런 기분일까!
마지막 교육을 마치고 이틀을 방바닥에 배깔고 딩굴었다
얼라들 문자로 방콕했는데...
오늘은 뭔지 모르지만 허전하다
이건 또 뭔 조화람!
달마다 치뤄야할 교육교재가 맷돌 한짝 얹어놓은것 갔더니...
배로 방바닥 쓸고 댕기니까 아하!
이것이 칠죄 중의 나태로구나
사모 데례사 성녀께서는 나태에 빠지지 말기를 당부하신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닌데 말이다.
가슴속에서 삭풍이 휘몰아친다.
커피 한 잔이 조지삐린게 아니라
이 나태가 나를 유혹하여
은총의 이 시기를 조지삐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사순정신의 실천인 기도, 희생, 자선
이 사순절에 기도로 하느님을 꼭 깊이 만나고 체험하고 싶은데...
예수님의 수난에 깊이 동참하고파 희생하고 싶은데...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을 가져다주는 자선을 하고 싶은데...
에궁!
이 은총의 사순시기에 칠죄중의 하나인 나태,
게으름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으니.....
금년도 증말 이대로 조지삘랑가!
앙증맞은 이 꽃 이름은:노루귀[Hepatica asiatica] 브리태니커
미나리아재비과(―科 Ranunc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은 이른봄 나무들에 잎이 달리기 전인 3~4월에 자주색으로 피나
때때로 하얀색 또는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사진출처:조용철 베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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