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제의 고백
여기 읍의 자그마한 성당
초라하고 드러나지 않지만 미사는 언제나
우렁차게 봉헌되는 성령 충만한 성당
눈을 감고 제사를 몰두 한다… 충만, 충만이다.
세상에 이 보다 더 거룩한 무엇은 없다.
순진무구한 얼굴빛
소년다운 친근감, 소박함,
약간은 개구짓스런 하늘 닮은 사제.
난 잘 모른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남편에게 들었어. 가끔은…
부제 때의 모습을…
난 나의 삶이 곤궁 해
그저 주일을 올 수 있는 것도
감사이며 축복이었기에…
주임신부님이 다리 다쳐,
먼~강화도 수도회에서 바쁘게 오신 새 사제…
새 사제 되신 줄도 몰랐어라.
느닷없이 강론시간에
당신 사제되신 속내를 말씀하시려 하신다.
느낌일까? 금시 순식간에 가슴이 아려온다.
이를 깨물며, 입술을 의연히 베어 물며 토해내는 진실의 고백…
아니 처절히 아름다운 허용…
어머니 간호장교, 아버지의 둘째부인으로 들어가
첫 부인의 일남 삼녀
왕따와 눈 부림에 아픈 세월 디뎌온 사연
계모란 소리듣기 싫어 낳은 자식 일남 일녀…
평생 식당일하며
자식에게 용돈 한 푼 받아본 적 없는 어머니의 한 같은 삶
그 세월 이 아들은 15세에 출생의 비밀을 알고
일치 안 되는 가족, 서글픈 가족,
어머니의 외로움, 아버지에 대한 원망
누이 결혼 때도 윗배 자식들은 한명도 오지 않길래.…
그래서 이아들은 내가 결혼하면 이 집안은 끝장이구나.
그래서, 그래서 신학교로 갔단다.
신학교 3학년
어머니 아프셔
불쌍한 엄마 효도한번 해 드리고 싶어
내게 지금 중요한 건 어머니를 편안히 모시는 거라 결정하고
보따리를 쌌다. 집에 가기 전 어머니께 전화…
"어머니 저 신학교 그만 둘래요,
제가 어머니, 아버지를 모실래요."
"얘야, 넌 효도가 뭐라고 생각하니?
난 그동안 죄를 많이 지었다, 내가 다 보속하긴 힘들다
다만 주님께 가서 아들 하나만은 당신 대전에 드렸어요,
그것밖에 자랑 할게 없구나."
다시 보따리를 푸신 아들…
사제서품 전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서품 때는 가족 아무도 안 오니 많이 우셨다는 새 사제…
아니 그 보다 하늘나라에서 두 번 우셨을 어머니…
설움 받던 자식 사제되어 기뻐 우시고
가족 아무도 오지 않으니
서러워 우셨을 거라는 사제의 독백…
이어지는 사제의 고백에
깨물어 가는 입술에
절절한 끝맺음의 언어가
가슴이 턱턱 차오르게 한다.
무언지 모를 기쁨?
슬픔에 눈앞이 흐려진다.
아! 아! 주님… 나의 주님… 저 사제를 이끄시고
그 가족을 섭리 안에 두셨던 주님…
몇 해 만인가 마음속에 숨어있던
큰 덩어리 고난의 우물
작년 오월 8일 배다른 누나의 연락
이제 사 풀어지는 악연의 굴레
가족이라는 이름…
아버지 81세
원망도 많이 하고 따지기도 많이 하셨단다.
"얘야, 내 너의 수도회 피정의 집에 쉬어가련다"
지금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며
행복하다며 더욱 힘주어 말하는 사제의 의연함에
나 편안히 앉아 그의 아픔의 세월을 다 마셔버렸다.
지금 너무 힘들거나, 아프거나, 용서 못할 이 있다면
오늘의 미사에 주님께 보내드리라는 절절한 사랑의 애원
성당 안은 비장함마저 흐른다.
주님 현존!!
12월이면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신다는 사제…
지금도 매일 쵸코파이 챙겨주시며
보듬어 사랑하시려는 아버지와
어쩌면 이승에서의 마지막 만남,
효도가 될지 모른다는 그 말에
이제 그 마음에 부활의 꽃이 피어 있음을 본다...
터질 것 같던 내 맘도 주님의 섭리에
젖은 사랑만을 십자가 주님께 던져본다.
그의 미사지향처럼
오늘도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가족이 화합하지 못하여
아픈 모든 가정을 위해 뜨겁게,
솔직히 기도하며
제발 아버지 저의 이 간절한 기도로 제발
어처구니없는 구차함에 절어 있을 어느 한 가족이라도
꼭 구원해 주십시오.
애원해 보았다…
의로운 자의 올바른 간구는
꼭 들어주신다는 것을 핏 빛처럼 믿기에…
주님의 기도…
40명 정도 되는 소읍의 성당에서
난생처음 제사에 온 모두가 둥글게 서서 손에 손을 잡았다.
그의 권유로…
오오! 평화로운 천국의 제사에
나는 복을 받았도다.
이 거룩한 미사에 주님 제자 있다니요.
그리 애타든 님 못 모시던 지난 날 곤궁했던 나의 애절함
눈을 감는다, 여긴 천국 복락.
죽음이 없고, 차별이 없고, 유혹이 없는 곳
아버지의 나라.
모두 이 미사를 잊지 말기를.
오래오래 주님만을 사랑하기를 주님 대전에 노래하였다.
열명씩 안아주는 평화의 인사.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일치,
우리 주님 그토록 원하시던 일치.
이토록 아름다운 예수의 ,우리의 미사
거룩한 성체.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만 노래했네.
나 여기 있게 하심
나의 영혼의 반려자께 그저
사랑만 올렸어라.
내가 받은 축복 감사하며
이 미사에 불림을 받지 못한 이들도 기억하오니
저들의 머리에도 축복을 쏟아주소서.
- 어느 사제의 일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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