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9월 13일)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27-3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7 “내 말을 듣고 있는 너희에게 내가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28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29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
30 달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주고,
네 것을 가져가는 이에게서 되찾으려고 하지 마라.
31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32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
33 너희가 자기에게 잘해 주는 이들에게만 잘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그것은 한다.
34 너희가 도로 받을 가망이 있는 이들에게만 꾸어 준다면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서로 꾸어 준다.
35 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36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37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38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는 살지 말자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복음말씀처럼 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려고 평생을 노력했어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오늘 복음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인지 가끔 회의를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원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미워하는 사람과 저주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뺨을 때리는 사람에게 더 잘 때릴 수 있도록 뺨을 대어주고, 내 위신과 체면과 자존심을 모두 던져 버리고, 내 생활까지도 내어줄 수 있을까? 돈을 꾸어주고 받으려고 하지 말라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경영학적으로 또한 사회학적으로도 부조리이며, 정의가 아니고, 범법행위를 조장하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랑의 황금률’이라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라는 말씀은 솔직하게 내 마음을 움직입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의 헛된 것들을 체험하면서 살다 보니까 정말 그렇게는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주님의 말씀을 역(逆)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이 나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내가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좋은 것만 하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1. 나는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원수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고 미움을 받아서도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을 내가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의 원수가 될 일은 하지 않을지라도 미움 받을 짓은 많이 하였을 것입니다. 한 가지씩이라도 고쳐나가야 하겠습니다.
2. 뺨을 대주지는 못할지라도 뺨 맞을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우호적으로 뺨을 때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뺨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돌려서 때릴 수 있도록 대준다는 것은 손등으로 뺨을 맞는다는 의미입니다. 손등으로 뺨을 맞는다는 것은 미움과 악에 바친 행위를 받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미움과 악에 바친 행동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갖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미움으로 뺨 맞을 짓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3. 나를 저주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도할 마음이 생기면 좋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저주하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내가 무슨 저주를 하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에 살면서 저주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욕설은 대부분 저주로 되어있습니다. 지금은 욕이 너무 심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욕설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4. 내가 다른 사람의 명예나 체면이나 위신에 손상이 가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에게 명예나 체면이나 위신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것을 먹고 사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 명예와 체면에 손상이 가는 말과 행동은 상대방을 비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5. 내가 먼저 알아서 나누어 주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달라고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 얼마나 어려운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알아서 도움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달라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도움을 청하는 자세는 겸손해야하고, 도움을 줄 때도 겸손해야 합니다.
6. 내가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말고 단죄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를 판단한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것입니다. 판단은 주님의 몫입니다. 또한 단죄하는 것도 주님의 몫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판단을 받고 단죄를 받을 때 용서받기 위해서 겸손하게 잘 사는 것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내가 남에게 해 주지는 못할망정 나를 단속하는데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아주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겸손하게 주님을 믿고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형제 여러분, 1 지식은 교만하게 하고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
2 자기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3 그러나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께서도 그를 알아주십니다.
4 그런데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관련하여,
우리는 “세상에 우상이란 없다.”는 것과
“하느님은 한 분밖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5 하늘에도 땅에도 이른바 신들이 있다 하지만
─ 과연 신도 많고 주님도 많습니다만 ─
6 우리에게는 하느님 아버지 한 분이 계실 뿐입니다.
모든 것이 그분에게서 나왔고 우리는 그분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또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 계실 뿐입니다.
모든 것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있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존재합니다.
7 그렇지만 누구나 다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아직까지도 우상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정말로 그렇게 알고 먹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약한 양심이 더럽혀집니다.
11 그래서 약한 그 사람은 그대의 지식 때문에 멸망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형제를 위해서도 돌아가셨습니다.
12 여러분이 이렇게 형제들에게 죄를 짓고 약한 그들의 양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그리스도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13 그러므로 음식이 내 형제를 죄짓게 한다면,
나는 내 형제를 죄짓게 하지 않도록
차라리 고기를 영영 먹지 않겠습니다.
(코린토 1서 8,1ㄷ-7.11-13)
오늘 축일을 맞는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4세기 중반 시리아의 안티오키아(현 터키의 안타키아)에서 태어나 독실한 어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았습니다. 수도자들과 함께 엄격한 극기 생활을 하던 그는 또한 은수자를 본받아 광야에서 기도와 고행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자선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다가 사제품을 받고 주로 설교자로 활동하였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주교로 임명된 그는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악습에 젖어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심지어 황제나 황후에게도 잘못된 점을 거침없이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유배 생활을 하다가 407년 무렵에 선종하였습니다. 탁월한 설교로 ‘금구’(金口: 황금의 입)라고도 불리는 그는 설교자의 수호성인으로 공경 받고 있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요한 금구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