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생명윤리 신자부터..

할미 아녜스 2005. 6. 21. 10:57

생명윤리, 신자부터 실천해야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생명의 존엄성이 자칫 완전히 땅에 떨어질 위기상황에 
놓여있음을 볼 수 있다. 
가장 미약한 생명에 대한 폭력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제거하고 말 것이며, 
인간 배아 살해가 환영받는 작금의 사회 풍토는 이러한 우려의 핵심에 있다. 
한국주교회의 교리주교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담고 있다. 
성명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닌 비윤리성에 대해서 생명 수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이는 결국 생명의 파괴행위임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생명윤리 의식이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는 이번 성명서와 관련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별히 신앙인들이 과연 생명 수호를 위한 
자신들의 소명을 충실하게 실천해 왔는지를 성찰했다. 
부끄럽게도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얼마나 반생명적인지, 
그 연구로 인해 야기되는 배아 살해가 낙태에 준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잘 알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본당에서는 미사 시간에 신자들의 기도를 통해서 황우석 교수가 
노벨상을 받게 되기를 청하기도 했다. 
생명의 
주님을 고백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왜 주님이 주시는 사랑과 생명의 계명을 
거슬러 살아가고 있는가? 
더욱이 그것이 인간 생명을 해치는 문제와 관련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신자들은 이렇게도 무관심하고 무감각한가?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진들에게, 그리고 그를 지원하고 지지하는 생명산업계와 
정부 정책 입안자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돌려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고 실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교회 밖에 서 있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에 열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한 것은 가장 먼저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향한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집 인터뷰-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생명윤리연구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
“생명윤리의 실종은 믿음의 삶 살지 못한 책임” 
교회는 배아를 죽이는 줄기세포 연구대신 
윤리적 문제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지 
생명을 수단과 매매의 대상으로 삼지말고 
그 자체가 목적임을 인정하는 분위기 조성해야 
■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교회 입장은 이미 여러 경로와 주체를 통해서 
표명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강도와 의지가 훨씬 강력한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지금까지 주로 생명윤리연구회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교리주교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의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두 주교위원회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발표되는 이면에는 
이번 성명서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신앙교리위원회와 생명윤리연구회가 
교리주교위원회에 속해있고, 대사회적인 성명서 발표와 관련해서 
통상적으로 사회주교위원회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주교단 전체의 공동성명서는 아닐지라도 예전과는 달리 대단히 강도 높은 
의지를 실어 성명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편향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결과 발표에 대해 온통 열광의 분위기이고, 
모든 언론과 방송 매체들은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 연구 방법이나 과정에 지적되어야 할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침묵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평하게 보도하는 자세를 촉구합니다. 
교회가 난치병 치료를 반대할 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입니다. 
질병 치료를 위해 황우석 교수팀은 배아를 죽이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인간 배아는 인간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배아로서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을 뿐입니다. 
교회는 배아를 죽이는 줄기세포 연구나 실험대신, 성체줄기세포 연구 
또는 실험을 통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지합니다.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대신 굳이 생명을 죽이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연하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급합니다. 
■ 생명윤리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교회 역시 그 책임의 일부를 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교회의 대응에서 반성할 부분은 없을지요. 
생명윤리 의식의 실종에 대해 교회의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그 책임은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믿음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고백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믿음이 삶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삶이 믿음에로 수렴되지도 못했습니다. 
이기적인 구원관에 사로잡히고 기복적인 신앙에 치중하여 
물질적인 행복 추구에만 열중했습니다. 
반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삶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에도 
방관자로서 살아왔습니다. 
생명을 무너뜨리고 파괴시키는 반생명의 문화를 부추기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입니다. 
심지어 생명까지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 물질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합니다. 
인간 생명 본래의 신성하고 거룩한 가치가 극도로 훼손당하고, 
생명은 이제 더 이상 존중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닙니다.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생명 존중의 사상이 실종되었으며, 
생명 경시의 풍조가 만연하도록 우리 신앙인들도 협력한 책임도 있습니다. 
그 결과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했고, 
우선순위를 뒤죽박죽 바꾸어 놓고, 
목적과 수단을 분간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 생명윤리 문제에 있어서 윤리나 신학 분야 외에 
과학과 의학 분야 전문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생명윤리와 관련해서 신자 전문가들의 역할 수행이 미미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자 전문가들의 협력과 
적극적인 동참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교회가 신자 전문가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신자 전문가의 중지를 모으고,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한 신자 전문가들의 
역할 분담이나 수행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연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신자 전문가 각자가 신앙인으로서의 의식을 강하게 느끼면서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가톨릭적 신앙관 그리고 생명관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서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 주교회의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실 생각이신지요.
가톨릭교회는 그동안 생명운동을 나름대로 전개해 왔으나 
아직은 산발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전개해 오지 않았나 
하고 반성해 봅니다. 
이러한 반성으로부터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내의 논의와 연구 과정을 재점검하고, 교회내의 제 단체들과의 연대와 
협력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명운동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분명히 뒤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업적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생명의 복음을 
선포해갈 것입니다. 
이미 개신교의 「기독교 생명윤리협회」와 공동으로 헌법 소원을 제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길은 진리의 길이고 영원한 생명의 길입니다. 
이 길 이외에 달리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없습니다. 
생명을 수단으로 삼지 말고 그 자체 목적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우리의 몫도 있을 것입니다. 
■ 교회 안에서조차 배아의 생명 존엄성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한 경향이 있습니다. 신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은?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신앙고백 한다면 그분께서 선포하시는 복음적 가치에 
승복하고 그 가치를 구체적인 삶에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자세를 
갖추시기를 기대합니다.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회의 고유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교회가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한 탐구와 연구하는 
자세를 갖추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세상과 과학 기술이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 무엇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가에 대한 비교와 식별을 통해 
믿음의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고뇌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안일하게 세상의 유행과 풍조를 뒤따라 가지마시고, 
그리스도인다운 가치관으로서 세상의 유행과 풍조를 그리스도화시키는 일에 
앞장서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럼으로써 「예」와 「아니오」를 식별하는 슬기를 발휘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가톨릭 신문 <박영호 기자>young@catholic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