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일상 탈출 ...(1)매향을 찾아서..

할미 아녜스 2006. 3. 17. 19:36


광양 매화 마을을 찾았다
이틀 동안 교육이 있었기에 몸은 이미 파김치 마냥 축 늘어져 
앞을 보는것 만도 힘에 부친다 
어쩌다가 오늘 약속을 잡았을까 하고 후회도 된다
눈꺼풀이 무거워 눈을 뜰 수 없는데...
8시에 출발하자고 연락이 왔다
부지런한 사람들!

아침신문을 펼쳐드니...
맨얼굴로 외출 하는건 황사에 적격탄을 맞는것이라고...
나는 여즉 적격탄을 맞고 다녔단 말인가!
어메~~ 무섭은거
부랴부랴 화장품을 꺼냈는데...
이런.....젠장!
파운데이숀 쥬브는 짜도짜도 나올기미가 없고 
콤팩트 가루분은 굳어서 말라버린지 옛날이고...
에고~~~~
있는대로 대충 문질러고 나왔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어떻게 사는것이 아름답게 우아하게...사는것일까?

볼그스러이 펼쳐진 매화처럼..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
지나가는 길손의 발목을 붙잡는건 
코끝에 와 닿는 은은한 매향이었다
말라붙은 가루분의 향기보다 더 진하고 매혹적이 향기
우와한 자태...

동행했던 아우님들이 
"형님 화장하니까 너무 우와하다"
ㅎㅎ..인사로 던졌겠지만 기분이 요상스리 괜찮은데...
반짝반짝 잘 닦아놓은 항아리처럼
있는 형태야 변할 수 없겠지만 누구든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함, 친근감을 줄수 있다면...!!
관대함을 지니는 것이 나의 향기가 아닐까...  

주부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나봐!
오늘 하루만은 일상을 떠나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만을 생각하고 가볍고 즐겁게 보내자 했는데...
길가에 늘어진 할머니들의 호객행위에 발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검정 봉지에 봄나물, 말린곶감, 생률, 등등을 담았다...
이런것들은 울산도 쌔삣는데...츠암~~

며칠전...
신문을 통해 하동 매화축제가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일상탈출을 해보자고 약간의 언질이 있었기에 
전화로 약속을 한것이 3월 15일 오늘이다 
그랬는데 2~3일 매서운 봄추위로 해서 
우리집 앞의 목련화가 봉오리를 벌리다 
새까맣게 말라 버린 현상을 보고 
우짜노~~가 봤자 매화꽃 보기는 틀렸다고 생각을했다
우리집 화단의 매화는 이미 만개하여 낙화하는 중인데..
이런 우려를 가지고 왔는데...
홍매화의 은은한 향기, 
세찬 바람에도 꽃을 피워 길손을 맞아주어 얼마나 다행인지..
손님을 반기는 항아리 화분들의 안내를 받아 
전망대쪽으로 올라갔다 
꽃을 시새움하는 바람인지 아직도 매서웠다.

파란 하늘아래 어우러진 매화꽃...
전망대로 가는 길목에서 담았다...

수줍은듯이 살짝 벌린 미소...
내 눈으로 내 온 머리에, 마음에 담았다
이 향기는 아마 내년 이 맘때 까지 일년은 족히 가겠지

전망대 중간쯤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파란 물줄기와 하얀 모래밭...
언제 또 다시 찾을지 모르겠지만 매화마을을 뒤로 하고 ...

굽이 도는 섬진강을 따라 토지의 찰영지 
최참판 저택 긴 행랑에 압도 되어..

민초들의 초가를 지나면서 서희와 길상이 처럼
어울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높은 담을 생각해 본다 


내려다 보는 사람들과 올려다 봐야하는 사람들
최참판은 사랑에서 내려다 보는 삶을 살았고 
만석지기에 얹혀 땅마지기라도 부쳐 먹기 위해 
온갖 수모, 굴욕을 삭히며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엿보는것 같아 씁슬하다
옹기종기 모여 사랑을 나누었던 소시민들의 삶
어찌 후대의 내가 그분들의 애환을 논하겠는가??

별채...
별당아씨는 생활공간...
어째 유배지 같은 느낌이 든다 
괜시리 그 때 봤던 연속극 화면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네...

대문..
솟을 대문은 아니지만 ...
감히 넘나들 수 없었으리라...

사랑채..
바같어른들의 거처였지...
때론 찾아오는 손님을 맞기도 하면서...

사랑채에서 내려다 본 악양들녁..
만석지기의 눈은 항시 이 곳을 주시하고 살았겠지?

이 세 아짐씨들은 그 시대로 배경을 옮겨 
주인공이 됐뿟네...ㅎㅎㅎ
가끔은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그 삶을 음미하기도 하지..
그러나 결코 낮설지 않음은 
그 소설은 나를 주인공으로 쓰여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 삶으로 들어가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기때문에...

별채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
이 풍경소리에 슬프기도 했을것이고...
위로도 됐겠지...딸랑딸랑~~
바람의 강도에 따라 은은한 소리로...
세찬 굉음도 됐겠지...??

시금치 캐는 할머니의 모습...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이다 
자식들은 모두 도외지로 보내고 ...

악양들녁...

아주 옛날에 우리집도 이랬을거야~ 그래서 일까...아주 편안함을 느낀다 저 마루에 잠시 엉덩이 좀 붙이고 있음 좋~겠는데... 갈길이 멀어 발걸음을 옮긴다... 음악:낙화 - 원장현 대금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