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속의 이야기
어느 중년 남성의 비애 (모셔온 글)
할미 아녜스
2006. 8. 18. 09:16
좀 오래 전에~~ 동아일보에 시리즈로 일주일간 기사가 실렸을땐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갑자기 예전에 우리 가게를 찾은 손님의 이야기가 생각 나 아직까지도 맘 한켠이 무겁고 씁쓸하네예. 그 손님하고 이야기 하는동안 내내 우리나라의 많은 중년 남성들이 겪고있는 현실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븐 맘에~~~~
그 손님은 모 금융권회사에 부장으로 근무하다 명퇴한지 6개월 째 된다면서 말문을 열었어예. 오늘 너무 우울해서 한잔 하고싶다 면서~~~
그 손님은 지난 27년이란 세월동안 정말 뒤도 옆도 안돌아보고 가족들을 생각하며 오로지 앞만보고 달렸다네에. 그런데 막상 명퇴하고 난 뒤의 가족들의 반응은 너무나 냉담햇고~~` 큰딸은 서울로 유학 보내놓고 나니 아예 목소리조차 듣기 힘들고 그나마 고1 작은 딸은 조금 통하는 곳이 있기는 한데 학원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새벽 두시가 넘으니 얼굴보기 힘들고~~~ 마누라는 그동안 열시미 일한 신랑 챙겨주기는 커녕 늘 바깥으로 나돌기 바쁘고~~~ 아무도 함께 대화를 해 주지 않고 집에선 완전히 왕따신세 그 자체 엿담니더.
그 날도 하루 사이에 집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면서 금방 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서 몹시 조마조마 하면서 얘기를 들었는데, 왜 그리 사는지 되물어봤더니 첫째는 자식들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참고살고~~` 둘째는 자식들 하나 하나 재산도 반반 나누자고 하는 마누라 제안에 도저히 혼자서 작은 딸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더라네예.
그 날도 아침일찍 일어나니 전 날 과음한 탓에 속이 엄청 쓰려서 시원한 국물을 좀 먹고 싶었는데 마누리는 신랑 밥상을 차려 줄 생각도 않고 아침부터 준비해서 집을 나서더람니더. 에어로빅에 수영에 찜질방까지 갔다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두시가 훨씬 넘어서 였고 그 시간에 집에 들어와서는 밥상을 차려서 같이먹자고 했으면 좋았으련만 밥먹을꺼가? 하고 묻는바람에 배는 엄청 고팠지만 고놈의 자존심이 뭔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담니더. 그러니까 마누라는 혼자서 밥 챙겨먹고 또 집을 나가더라네예.
그때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으로 일어나서 현관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그 것도 불안해서 베란다에 나가서 마누라가 확실하게 차를 몰고 가는 걸 확인 하고서야 주방으로 와서 라면하나 끓여먹는데 너무나 서글프고 자신이 초라하더라며 말끝을 흐리는데~~
왜그랬냐고 물었더니 혹시라도 마누라가 뭘 놓고 나갔으면 다시 되돌아 올까봐 그랬다면서. 왜 당당하게 밥 달라고 말 못했냐고 물었더니 자존심에 자신도 모르게 그랬다 안캄니꺼. 부부사이에 꼭 그 자존심을 내세워야 했을까예? 지가 보기엔 너무 대화가 단절된 것 같아 거기까지 간 것 같다고 그랬더니 지금처럼 말을 제대로 안하고 사는지 꽤 오래됐다 안캄니꺼. 그래갖꼬 무슨 부부라고 할 수가 잇겄어예
그 날도 하루종일 밥 한공기 구경 못하고 고작 자신이 끓여먹은 라면 하나가 전부라며 말을 하는데 목이 메이데예.ㅠㅠ 그러면서 그 날도 집에 들어갈때 초인종을 누르면 자지도 않으묜서 문을 빨리 안 열어줄 것 같다면서 딸아이가 올시간 까지 술을 조금 더 마시다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다 함께 들어가갸 겠다 안캄니꺼.
자신이 키를 가지고 다니면서 직접 열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을 마치고 들어가면 집에서 누군가가 반기면서 문을 열어주길 바라게 된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빨리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늘 실망을 하고 자신이 직접 키를 꽂아서 문을열고 들어가면 그 때 까지 거실에 있던 마누라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방문 닫는소리 들을땐 내가 왜 이리 사는지~~~ 정말 비참한 생각이 든다카네예. 그렇게 살 바 에야 차라리 서로가 편하게 사는게 좋지않냐고 그랬더니 딸아이들 때문에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 안캄니꺼!.
그 날도 술을 마니 마시다보니 속이 엄청 쓰려서 시원한 국물이나 좀 먹었으면 좋겠대서 멸치, 다시마, 새우, 버섯, 감자를 넣고 육수를 우려내서 즉석국수를 만들어 드렸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안됐기도 하고, 참 마니 안타깝기도 하고~~ 기분이 뭐랄까 하여튼 지 기분까지 왠지 씁쓸해지데예! 마니 취해서 몸을 조금 비틀 거리면서도 정신은 흔들림없이 정중하게 인사하고 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니 우리나라의 보통 중년 남성들의 모습들을 보는듯 해서 영 기분이 개운치않어예. 아직도 한창 나이에 저렇게 어깨가 처져 있으니~~~ 마누라가 그럴 땐 필히 무슨 이유가 안 있겠냐고 햇더니 자신은 오로지 죽자사자일 만 한 죄 박에 엄다카는데 도대체 누가 저러케 맹글엇을까예?
우리 고운님들은 절대 그런 분들 없겠지예. 내 남편의 기는 내가 살려주는거 아임니꺼! 그지예~~ 남편의 자존심은 곧 나 자신의 의 자존심 이거늘~ 우째 그걸 망각하고 사는지 참말로 안타까웠어예. 다들 있을 때 서로 잘 하고 사입시더. 잘 할라고 봤을 때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엄으묜 그 땐 아무리 잘 하고 싶어도 다 허사 아임니꺼^^ 그란께 절대 나이들어 서름 받을 일 맹글지마시고 다들 자신의 자리 잘 지키고 평소에 잘 하입시더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