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향기

김수환 추기경의 글

할미 아녜스 2009. 2. 25. 23:06

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여기 하느님께서 인간 안에, 
인간이 하느님 안에 하나로 못 박혔다. 
그 죄목은 사랑, 남을 위해 온전히 
당신을 바치시는 그 사랑! 
주님, 
이제 당신은 사지를 뻗고, 
아득한 하늘을 우러러 
십자가 위에 누웠습니다. 
당신 소원의 십자가! 
성부께서 마련하시고 
그의 뜻이 이루어질 이 제단 위에 
순결한 제물의 
어린 양이 되어 누웠습니다. 
마지막 남은 목숨, 
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세상을 위해 흘리기 위해서입니다. 
형리들은 무자비하게 
당신을 못 박습니다. 
‘쾅! 쾅!’ 지옥의 심연까지 울려 퍼질 
저 둔탁한 망치소리, 
쇠못은 경련을 일으키는 
당신의 손발을 꿰뚫었습니다. 
선혈이 샘솟듯 흘러내립니다. 
저희 죄를 씻고, 
온 땅을 새롭게 하는 
생명의 피가 흘러내립니다. 
저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당신의 이 지극한 
고통의 원인이 된 저를 용서하소서.
당신과 함께 못 박히게 하여 주소서. 
주께서 저를 위해 
먼저 고통을 받으셨으니, 
제가 어찌 주님을 위해 
저의 고통을 바칠 수 없겠습니까? 
매일, 
매시간, 
매순간에 주어진 
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아멘. 
- 김수환 추기경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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