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지요/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6.02.17
눈 오는 마을/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6.01.05
보리잎 끝마다 이슬이.. 보리잎 끝마다 이슬이 오후 4시도 못되었는데 산그늘이 으스스 운동장을 건너간다. 그렇게나 곱던 앞산 뒷산과 운동장가 벗 나무 단풍이 다 졌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쌀쌀한 바람이 분다 몇 개 달린 벗나무 이파리들이 추워뜬다. 썰렁한 초겨울이다. 교실에 앚아있는데 교장선생님이 화분하나..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2.21
섬진강의 끝 섬진강의 끝 하동에 가보라 돌멩이들이 얼마나 많이 굴러야 저렇게 작은 모래알들처럼 끝끝내 꺼지지 않고 빛나는 작은 몸들을 갖게 되는지 겨울 하동에 가 보라 물은 또 얼마나 흐르고 모여야 저렇게 말 없는 물이 되어 마침내 제 몸 안에 지울 수 없는 청청한 산 그림자를 그려내는지 강 끝 하동에 ..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2.14
허물어진 빈집에 서 보았는가? "허물어진 빈 집 앞에 서 보았는가?" 김용택 시인 한낮인데 날이 캄캄하다. 비가 오려나 보다. 산골인데도 매연과 섞인 안개가 앞산을 가리고 안개 속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가을비 오면 추워진다. 벌써 들은 비었다. 햇살이 밝고 환하게 쏟아질 때면, 빈들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빛이 마..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1.20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잘 익은 감 떨궈 주던 그 여자- 아침 들판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들판은 텅 비었다. 작은 들 끝, 배추밭에 싱싱한 배추와 무 잎이 보인다. 모든 곡식들은 다 거두아간 빈 들에 배추와 무는 빈 들의 안간힘처럼 파랗다. 어느날 나는 저 빈들 끝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들고 걸어오는 처녀에게 반해었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1.18
김용택 시인의 詩 모음 글: 김 용택 환희 참 좋은 당신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1.04
일흔 여덟 어머니의 가을 걷이 일흔 여덟 어머니의 가을걷이 어머니의 가을 일하신다. 가을빛 떨어져 반짝이는 강물을 따라 다니며 우리 어머니 가을 일하신다. 텃밭 고추밭에 풋고추를 따길래 먼 산보다 다시 보니 어느새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텃논, 만조형네 벼 베는 트렉터 곁을 따라 다니시며 볏짚을 모은다. 강변 길에서 한수..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1.02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꽃 핀다 저 꽃들 좀 봐라. 봄 여름에 피지 않은 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이 가을 다 꽃 핀다. 산골 논, 다랑이 봇 도랑, 물길을 따라 고마리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난다. 고마리 꽃 옆에 물 봉선화도, 여뀌꽃도 피어 붉고 물 봉선화 꽃을 따라 쑥부쟁이 구절초 꽃도 피어난다. ..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편지' 200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