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잡년같은 세월아~

할미 아녜스 2007. 5. 31. 22:40
      
      잡년같은 세월아 
      박영호 
      이 잡년 같은 세월아 소리없이 흘러와서
      부푼 꿈 안고 희망의 항해를 함께 떠났던
      우리들을 뿔뿔이 흩어 놓은 채
      낯선 땅에다 부려놓고 혼자 떠나버린 세월아
      세상 모든 것 불태울듯 타오르던
      모두의 가슴 속에 품었던 정열들
      모두 꺼 버리고 차가운 재만 남겨 놓은 채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공중에 뜬 신기루 같이 저만치 잡힐듯 말듯
      아롱거리는 잡년 같은 세월아
      소용돌이 치던 청춘을 관통해 흘러와서는
      화사한 청춘의 한 시절을 허물고
      우리들 이마에 잔물결같은 세월의 흔적 남겨 놓고
      검은 머리 희끗희끗 물들이며
      도도하게 흘러, 흘러가는 세월아
      격랑의 강을 건너 오면서도
      대지를 울리듯 당당하던 우리들
      발걸음을 절룩거리게 하느냐 
      거친 물살 이기지 못해
      주저 앉을듯 위태로운 우리를 남겨두고
      그토록 가벼운 발걸음으로 혼자 달아나 버리는
      화냥년 같은 세월아 바람 났느냐
      지나간 세월은 얼마나 포근하고 아름다웠는지
      너도 알지 않느냐 추억의 따뜻한 옷으로
      우리들 시린 등을 다시 감싸다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와 나무  (0) 2007.06.16
엄마/피천득  (0) 2007.05.31
자기를 버리지 못할 때  (0) 2007.05.24
가장 낮은 자로 살게 하소서  (0) 2007.04.01
서로 소중하며 사는 세상  (0) 2007.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