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비 오는 날의 공원....

할미 아녜스 2007. 9. 6. 00:43
비가 또 온다 이 가을은 비로 시작하여 비로 끝내레라.... 이슬비가 하루 좽일 부슬거린다. 이렇게 비가 촉촉히 적시는 날 집안서 방콕 한다는 건 나에게는 슬픈일이다... 그냥! 외로움을 타니까...ㅋㅋㅋ 오늘은 디카를 주머니에 집어 넣고 오후 4시 쯤 집을 나섰다 간대야 갈 곳이 별로 없다 집앞 공원뿐, 나의 유일한 찰영장소! 나무 백일홍은 금년에 제대로 담아 보지 못했다 예전 처럼 꽃송이가 탐스럽지도 못했고 색감도 아름답지를 못한 탓도 있지만 여름이 너무 더워 낮에 공원에 온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빗방울 매달고 있는 꽃모양을 디카에 담아 볼 양으로 기웃거리고 있는데... 으메~~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우산도 쓰지 않고 산을 오르는 아짐씨가 있었다.. 나의 이 우둔한 몸뚱이가 동물적인 본능의 작용을 일으켜 그 아짐씨의 뒤를 따라 등산길로 따라 들어갔다. 한참을 씩씩대며 따라 가다가 비를 한초름이 맞고 있는 코스모스를 발견 고개를 숙이고 하느적 거리는 모습에 내 눈의 동공이 확 열리며 그 하늘 거리는 코스모스 앞에서 코스모스의 포즈를 살피다가 그만 그 아짐씨를 놓쳤다 길이야 모르는 길도 아니건만 부슬거리는 비 땜에... 괜시리 주변의 숲에서 짐승 아닌 사람이라도 뛰어 나올것 만 같아서 오금이 쪼여오면서 뒷골이 땡기는데 흐미...혈압올라.... 올라가든 길 멈추고 되 내려 오는데 등뒤에서 누군가 머리채를 낚아 채는것 같으면서 머리끝이 한올 한올 곤두서는데 ..... 어메! 십년감수... 운동 나온 젊은 아짐씨가 내려오는 길이었다 다짜고짜 물었다... "늙수구리한 아짐씨 올라가는거 못봤어요?" 아짐왈 "못봤심더" 뭐가 그리 바쁜지 아니면 비 때문에 자기의 기압이 하강했는지? 나는 방금전 까지만 해도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쫄였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말을 붙였다. "저 위에 사람있어 예" 아짐왈... "예, 아지씨들 몇 분 있어 예" 하믄서 뒤를 � 돌아 보는데... 백주 대낮에 뭐가 무섭냐는 표정이다. 아! 지지리도 못난 반평이.... 남들 다가는 이 길을 못가고 되 돌아 서다니.... 내 보다 훨씬 더 젊은 저 아짐씨도 혼자서 폴폴 잘도 댕기는 이 길을 이 늙은 몸 누가 잡아 가기라도 할까봐서! 앞에서 잰 걸음으로 가는 아짐씨의 뒷 퉁수에다 대고 "새댁은 어디로 나갈거예요?" 아짐씨 왈 "동문으로 나갈 낍니더" "아이구 그라모 나도 새댁 따라 가야것네 나는 마 올라 가다가 무섭버서 다시 내려 오는 길인데..." 아짐씨왈 "아이구 뭐가 무서버예 사람 많이 댕깁니더 오늘은 사람이 좀 없는 편이네에" 주책맞게 괜히 말걸아 갔고 빙신되네 츠암! 넘들 다 댕기는 길을 못 가고 오금에 쥐가 날라 쿠구마.... 아따 그 아짐씨 걸음이 어떻게나 빠른지! 뒤따라 가는데 숨이 땅에 탁 닿을 정도다... 작으마한 여자가 걸음이 어찌나 잰지? 흡사 다람쥐 나무위로 올라갈 때 처럼 소소소소 소소소~~~ 바지가랑에서 바람소리를 내면서 간다... 동문까지 어찌나 잽싼 걸음으로 내 달았든지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 꼴이다. 그렇구나 운동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유유자적하며 걷는것이 운동이라고 S라인 꿈꾸며 댕겼는데.... 사람은 늙어 죽을 때 까지 배워가며 사는거제! 동문쪽으로 해서 5시 반 쯤 산을 내려 왔다 숫한 사람들이 다니는 동네 산에도 무서움을 타는 주제 뭔 늠의 운동은 하답시고.... 나이는 숫자로만 먹은 겐지! 내 체질엔 공원 기웃거리며 어슬렁 거리는게 제격인가 보다... 치자는 열매가 익어가고 있는데 늦게 지각한 꽃도 더러 피어 있고, 연보라 꽃범꼬리 꽃이 한창 이쁘게 피어 있다. 화분에 심겨진 목화는 꽃은 지고 열매가 달려있는데... 예전에 저 목화열매를 달레라고 했는데.... 씹으면 달콤한 진액이 온 입을 감돌았었제.... 뽀오얀 안개비를 맞으며 산에서 긴장했던 다리도 풀겸 기웃거리며 호주머니 속의 디카를 꺼냈다. 집에서 나올 때의 목적은 까맣게 잊고 넘이 장에간다고 거름지게 지고 장에 간 사람마냥 등산 가는 아짐씨 따라 산에 갔다가 진땀만 오지기 빼고 왔으니... 주위가 어둑어둑해진다... 카메라 렌즈에 맞춰서 사진을 찍는게 아니고 내 눈에 맞춰사 샷타만 눌렀는데... 공원의 눈에 익은 전경들만.... 변함없는 하르방 할배도... 비오는 날의 공원은 깨끗하고 산뜻하다... 07. 9. 5. 할미의 주저리... 사진:옥동 대공원 가요 모음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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