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별님·안병기

그 풍경에서 내 삶의 흔적을 느꼈다(안병기)

할미 아녜스 2005. 10. 17. 18:22
    그 풍경에서 내 삶의 흔적을 느꼈다 늑대별님(안병기)님의 오마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5 안병기
      한 마리 새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바람에 날려가는 나뭇잎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내 마음을 이 세상 끝까지 날려 보내려고 안달했습니다. 그때 난 철부지 소년이었고 코발트색 가을 하늘은 커다란 유혹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부력이 약했던 탓인지 내 마음은 몇 발자국도 채 날아가지 못하고 근처 감나무 꼭대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2005 안병기
      저 감나무 가지에 얹힌 둥지를 두고 사람들은 까치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저 까치집의 내력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이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처 날아가지 못한 내 슬픈 자유의 흔적들이 살고 있는 저 둥지를 난 '일상'이라고 부릅니다.